너무 피곤해서 자려고 누웠다가 일어나 음악을 틀고 노트북을 폈다. 시간이 가는 게 아깝다. 이럴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날씨인데, 집안에서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산책을 해야 할 날씨에 이러고 있으니 속이 상한다. 옹이가 많이 약해진 이후, 누구 하나라도 옹이 옆을 지켜야만 했고 그래서 동생과 함께 하는 호수공원 산책은 우리 저녁 시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. 부모님 집 근처로 올 땐 매일 저녁 함께 걸을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. 금방 사라져버릴 이 아름다운 계절을 집안에서 옹이 상태를 살피며 수발을 드는 다른 가족들을 생각하며 아쉬움은 접어두었다. 어쨌거나 옹이와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게 중요하니까.
트위터에서 알게 된 hawaii delivery라는 계정이 있다. 그분이 미래에 열 예정인 칵테일바의 음악을 유튭에 올려주시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자기 전에 틀어두곤 한다. 오늘 추천해주신 september rain이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듣는다.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마음에 걸리는 직장에서의 일, 꿀꿀한 내 미래, 정리 못한 내 방 등등 엉망진창인 지금을 잠시 접어두고 서늘한 밤 좋은 노래를 듣고 있으니 나름 행복하다 싶다. 그치, 몰랐던 좋은 음악을 알게 되었는걸.
이번 주말에는 옹이 병원에 가야 한다. 병원에 다녀오면 애를 좀 씻기고 나도 미뤄뒀던 일을 좀 해야겠다. 몇 주 동안 받은 다음 방치해둔 뱃지 사진도 찍고, 사은품에 눈이 멀어 미친듯이 샀던 책 중에 마음에 드는 녀석을 좀 읽어보고. 옹이 돌보느라 바깥에 제대로 나오지도 못한 동생과 함께 호수공원 산책을 꼭 하고 싶다. 너도 행복해야 옹이도 행복할 거야.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자. 그러자. 이번주엔 꼭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