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번 여름 휴가때 저렴이들 이것저것 사들이다가 캐리어 28kg 채워서 힘들게 집에 돌아왔는데, 막상 집에 와서 풀어보니 별 게 없어서 마음 상했다.
내가 뭘 사서 그리 무겁게 들고 왔는지 확인할 겸 쓰는 포스팅.
1) 코끼리 바지(100바트)_짜뚜짝시장 : 찾아보면 은근 디자인이 다양한데,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산 건 완전 기본 코끼리 바지였다. 다른 사람들이 입은 거 보면 이쁜 거 많던데 내가 산 것만 별로인 것 같은 느낌. 흑흑.
2) 랩스커트(200바트)_짜뚜짝시장 : 수영복 위에 걸치려고 샀는데 그냥 많이 짧은 반바지 위에 두르고 다녔다. 이 정도면 이쁘지 않나 싶어 매우 만족.
3) 라탄백(1400바트)_짜뚜짝시장 :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라탄백 검색을 하면 이 가격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. ㅠㅠ 동생이 내게 글로벌 호구 인증하고 온 거냐며... 그래도 마음 먹었을 때 사야 할 것 같아서 사 옴.
4) 폰즈 BB파우더 6개입(180바트)_짜뚜짝시장 : 사진 중앙의 핑크색 케이스에 든 것. 한 개에 30바트. 나중에 시내에서 간 왓슨스에선 1~2바트 더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. 덥고 짜증나는 짜뚜짝에서 힘들게 사서 들고 왔건만! 홍진영 파우더로 유명하다고 해서 샀다. 나도 이걸 쓰면 술마셔서 온 몸이 빨개져도 얼굴만 멀쩡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.
5) 물고기 슬리퍼(130바트)_짜뚜짝시장 : 내가 산 것은 위에서 두번째 줄 가장 왼쪽에 있는 슬리퍼. 가장 물고기 답다고 생각해서 샀다. 적당히 푹신하고 마음에 든다. 처음엔 웃겨서 샀는데 한국 돌아와서 가장 많이 쓰는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얘다. 직장에도 가져가서 신고 싶은데... 날 미쳤다고 생각할까봐 참는다.
6) 군것질거리(가격 모름)_아속역 로빈슨 백화점 지하 마켓 : 우리나라에서도 벤또 파는 거 나도 안다. 하지만 너무 조금 들어있어... 벤또랑 감자칩, 김과자를 펼쳐두고 밤마다 숙소에서 맥주를 마셨다. 위험하다고 외국에 나가도 펍 같은 곳엔 가지 않는다. 그러려면 왜 가냐, 고 묻는 사람도 많지만 뭐 나 같은 사람도 있어. 혼자서 여행가서 누구랑도 얘기 안 하고 지내다 돌아오는 사람. 어쨌거나 맥주는 늘 한 캔만. 아쉽다 싶으면 콜라 한 캔을 추가했다. 태국 맥주 중에 좋아하는 건 창맥주. 코끼리 그림이 마음에 든다.
7) 태국 스타벅스 20주년 기념 키링(450바트)_씨암스퀘어 스타벅스 : 에어팟 케이스에 어울릴 것 같은 키링을 사고 싶었는데, 얘가 예뻐서 사고 보니 뭔가 에어팟 케이스보다 더 큰 것 같아서 달고다닐 수는 없겠다 싶었다. 그래도 예쁘다.
8) 캔뱃지(가격 모름)_씨암스퀘어 리빙샵 : 방콕에 와 본 사람이면 공감할 수 있을 내용을 그려 캔뱃지, 엽서, 마그넷 등에 인쇄해서 팔고 있다. 다 사오고 싶었지만 자제하고 또 자제하며 고른 것. 엽서도 샀는데 사진이 어디있더라...
9) 아시아티크에서 산 물건들(나라야 파우치, 손수건 가격 기억 안 남, 밀크플러스 폼클렌저 개당 100바트, 석고방향제 포장된 건 200바트, 단품 100바트, 야몽, 호랑이연고 가격 기억 안 남, 코끼리반바지 120바트, 티셔츠 200바트, 손세정제(1+1) 가격 모름)
짜뚜짝보다는 비싸지만 뭔가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아시아티크 가는 걸 좋아한다. 가면 상점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어두워질 때쯤 관람차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본다. 분위기만 즐기고 정작 물건은 시내에도 있는 나라야 매장, 왓슨스 이런 곳에서 거의 다 샀다. 이 중 잠옷으로 산 코끼리바지(반바지)는 그냥 한번 만져만 봤는데 사야 할 것 같이 압박하는 주인아저씨 눈빛에 할 수 없이 샀는데 한국와서 입으려고 보니 주머니가 오른쪽에만 있었다. 뭘까...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 아니겠지?
사진은 안 찍었지만 와코루에서 속옷도 3세트 사 왔다. 3세트 이상 사면 10% 할인해준다고 해서 열심히 골랐다. 예전 여행에서 사온 속옷이 너무 편해서 이번에도 꼭 사와야지 했는데, 그때보다 살이 쪄서 그런지 그때만큼 편하진 않았다. 흑흑. 와코루 매장은 여기저기 다 있는데, 난 터미널21 매장으로 갔다. 호불호가 갈리는 쇼핑몰이지만 이런저런 식당도 많고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좋아하는 곳이라서.
정신없는 곳이지만 짜뚜짝은 가는 게 좋았고, 아시아티크도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다음에 방콕에 가도 또 갈 것 같다. 엄청나게 거대하고 화려한 씨암의 백화점들, 통로에 있는 예쁜 카페... 이런 곳엔 다음에도 안 가겠지. 언제 가도 누구와 가도 나는 이렇게 저렴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애들을 구경하고 사고 신나서 돌아올 것 같다. 사진을 보고 있으니 또 가고 싶다. 아, 방콕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