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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간 곳/저기

[180211-180214] 홧김에 후쿠오카 04

by 스프링캣 2018. 2. 2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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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80213, 화요일. 여행 3일차.

사실 갑작스레(라고 쓰고 홧김에, 라고 읽는다) 떠난 여행이라 계획이랄 것도 없어서 3,4일차는 그저 무언가를 사고, 먹고, 다시 산 기억뿐이다.

뭐 비싸고 굉장한 걸 샀다면 누군가에게 자랑이라도 하겠지만 내가 산 건 고양이 간식, 다이어리에 붙일 스티커, 마스킹테이프, 전자계산기(-_-) 같은 거라...


3일차 일정은 대략 이러하다.


하카타 버스터미널 맥도날드에서 아침식사 - 다이소 구경 - 텐진 돈키호테(에 고양이 간식을 사러 갔으나 품절로 실패) - 니시진 돈키호테(다행히 조금 남아있던 고양이 간식 구입 성공) -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 - 하카타역 러쉬 - 숙소에 짐풀고 다시 나옴 - 하카타역 도큐핸즈 - 하카타역 아라캄파뉴(에서 커피와 케이크) - 캐널시티 구경(유니클로, 프랑프랑 쇼핑) - 텐진에 있는 텐진호르몬에 줄섰다 포기하고 츠타야 가서 씨디 구입 - 하카타역 지하 식당가에 있는 우동집에서 저녁식사 - 숙소에서 잠시 휴식 후 하카타역 지하 식당가 텐진호르몬 방문 - 주문 마감으로 식사 실패 - 맥주와 간식거리를 사서 마지막 밤을 쓸쓸하게 숙소에서 보냄.


날이 맑진 않았지만 버스는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었다. 부지런한 여행자였다면 어제 못 간 나가사키에 갔겠지만 부실한 체력으로 왕복 4시간 이상의 버스여행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서 바로 접고 그냥 쇼핑이나 하고 밥이나 먹기로 했다. 

 

그리하여 이날의 쇼핑목록(중 마음에 드는 것)


- 다이소 대형 전자계산기(500엔/택스 미포함)

A4 용지 크기의 전자계산기. 이런 걸 여행와서 누가 사나 싶겠지만... 제가 삽니다, 여러분! 

생각보다 일하면서 전자계산기를 쓸 일이 많은데, 핸드폰 전자계산기는 은근 불편해서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. 

이왕 쓸 거면 예쁘고 특이한 걸로!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내 취향에 딱 맞는 녀석을 장만해서 매우 뿌듯.

 

 


- 이나바 챠오 구운 가다랑어 본격다시맛(니시진 돈키호테 구입, 88엔/택스 미포함-다른 돈키호테에선 98엔에 팔고 있었음, 역시나 택스 미포함)

우리집 늙은 고양이(2000년생)가 밥 대신 먹는 간식이라 포기할 수 없었다. 지난 10월에 혼자 여행갔을 때 70개 넘게 사 갔으니 이번엔 두 배로 사들고 갈 수 있겠다고 설렜건만! 이 간식을 우리 고양이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는지 후쿠오카에 있는 세 군데 돈키호테 중 두 군데에서는 10개도 살 수 없었다. 어린 고양이용과 늙은 고양이용만 남아있었는데, 노인 취급 받기 싫은 건 사람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인지 노묘용 간식은 줘도 안 먹는 우리 옹이 때문에(ㅠㅠ) 니시진까지 꾸역꾸역 갔고, 다행히 다른 맛 간식이 남아있어서 사올 수 있었다. 옹아, 언니들의 진정성을 알아주렴. 언니들이 관광도 포기하고 사온 간식이란다. 흑흑흑.

(마지막날 밤, 인터넷을 뒤져보니 다른 데서 살 수도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... 이미 늦어버린 것. 다음에 당일치기나 1박 쇼핑여행을 하면 꼭 사가지고 가야겠다.)

 

(이 사진은 아마도 텐진이나 나카스의 돈키호테였을 것 같음.)


- 러쉬 고체치약(1,000엔 전후/택스 미포함)

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겠다 싶어 예전부터 눈독들이고 있던 아이템인데 우리나라엔 들어와 있지 않다는 얘기에 여기서 꼭 사가리라 마음먹고 왔다.

맛에 따라 가격이 각각 다른데, 난 가장 무난한 녀석으로(라고 썼지만 그 중 제일 저렴한 놈으로) 구입했다. 처음엔 나 쓸 것만 샀는데, 친구들에게도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귀국하는 날 추가로 더 샀다. 이럴 거면 그냥 내 것 살 때 같이 사서 택스리펀이나 받을 걸... 한 3백엔 어치 정도만 더 사면 택스리펀 된다고 다른 것도 사라고 점원이 권유할 때 정말 괜찮다고, 택스리펀 안 받아도 된다고 손사래치지 말고 그냥 더 사고 받았으면 커피 한 잔 값은 나왔을텐데... '젠젠 다이죠부'를 외치며 돌아온 나 자신, 반성해라. (꼭 그런 순간엔 안 되던 일본어도 잘만 나와서는... ㅋㅋㅋ)

 

(치약 옆에 있는 건 로즈아르간 작은 통. 지난 주 우리나라 러쉬에서 50% 세일을 해서 외국에서 사온 보람을 없앤 녀석. 흑.)

 


- 유니클로 경량패딩조끼(3,900엔/택스 미포함)

동생이 여행 전에 추울지도 모르니 경량패딩조끼를 사겠다고 했다. 일본가면 더 싼데 왜 한국에서 사냐고 말렸지만 세일해서 39,000원이니 그냥 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는데... 일본 정가가 우리나라 세일가격이랑 비슷하더군. 그냥 사길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(왜냐면 이때 환율이 100엔당 1,000원 넘었었거든) 내 조끼만 샀다. 세일을 의심하지 말고 살만하다 싶으면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도 추천.


- 스타벅스 시럽+펌프

우리나라에선 안 판다고 해서 사왔다. 집에서 라떼 만들어 마실 때 가끔 달게 마시고 싶을 때가 있어서. 

스벅 시럽과 다른 시럽이 뭐가 다르냐, 고 누가 묻는다면 모른다, 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만(다른 건 안 먹어봄) 그냥 좀 예뻐서 샀다. 예쁘면 됐지 뭐.


- 스타벅스 밀크 포머

이건 한국에 있는 동생 선물용. 우유데워서 거품내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파는데, 이걸 왜 샀냐고 누가 묻는다면... 예뻐서 샀다. 얘도. 

나는 이미 가지고 있으니 이 예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주고 싶었는데, 그 사람으로 동생 당첨. 

누군가를 생각하고 선물을 사는 게 아니라 물건을 산 다음 줄 사람을 고르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, 안 그래? (당당)


- 스타벅스 비아 화이트모카

발렌타인데이 한정 비아, 라고 해서 신나게 샀다. 친구들에게 선물해서 나는 못 마셔봤는데 친구들이 다 정말 맛있었다고 해서 넘나 뿌듯했다.


그 외에도 산 물건이 여러 개 있지만 그건 나중에 천천히. 


어쨌거나 이런저런 물건을 사고, 밥을 먹고, 차를 마시고., 사진을 찍고... 혼자 여행하면 늘 가던 북오프를 못 간 건 아쉬웠지만 그외 모든 것이 다 재미있고 좋았다.



180214, 수요일. 여행 4일차.


여행 마지막날엔 일어나서 짐정리를 하고, (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유명한 것 같은) 팬케이크 집에 가서 팬케이크를 먹고 다시 하카타로 돌아와 간단한 쇼핑을 한 후 공항으로 갔다. 왜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은 짐가방 엑스레이를 먼저 통과하게 한 다음에 출국심사를 하는지, 왜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각기 다른 항공사 짐검사를 같이 해서 줄 서는 걸 헷갈리게 하는지... 등등 할 말은 많지만 좋았던 기억을 망치고 싶지 않아 좋게좋게 정리하고 들어갔다. 짐검사 직전까지 미친듯이 남은 곤약젤리를 입안에 털어넣어 가면서. 면세점에선 늘 사던 히요코와 도쿄바나나 등을 사고,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서 출국장으로 갔다. 버스를 타고 비행기까지 가서 계단을 올라 비행기를 탔다. 예전에 처음 이런 경험을 했을 땐 마치 국가 원수나 귀빈이 된 기분이 들었었지만 이런 귀찮은 경험은 짐 없을 때 한 번이면 족하지 않나, 하는 게 지금의 감상. 비행기를 타고, 잠깐 잠들었다 일어나 기내식을 먹고(비행기에서 카레라이스라니, 뭘까 이사람들?) 주변 정리를 하니 어느새 인천공항. 

짧았던 3박4일의 여행은 끝났고, 무거운 짐가방과 함께 난 집으로 돌아왔다. 이제 당분간 이 나라에 머물면서 그때 못 사온 무언가를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날이 이어지겠지. 내 머릿속 리스트가 가득 채워질 때쯤 또 한 번 가방을 챙겨 가게 될 거다. 곧 만나자, 후쿠오카. 아니면 다른 어딘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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